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글로벌 공급망 재편, 한국 기업들의 대응 전략은?

by 경제의 시선 2025. 5. 17.
반응형

코로나19 팬데믹, 미중 무역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연이은 글로벌 위기는 세계 공급망의 근본적인 재편을 촉발하고 있습니다. '저비용 중심의 효율성'을 추구하던 글로벌 공급망이 이제는 '안정성과 회복력'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출 중심의 개방형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 기업들에게 이러한 변화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최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현황을 살펴보고, 한국 기업들의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모색해보겠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 트렌드

1. 공급망의 지역화와 다변화

최근 공급망의 가장 큰 변화는 '지역화(Regionalization)'와 '다변화(Diversification)'입니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의 약 93%가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 중이며, 40%는 핵심 생산 시설의 지역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진출 기업의 자국 복귀)'과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우방국으로의 생산 이전)'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2년 이후 미국의 제조업 투자는 7,5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유럽연합도 '오픈 전략적 자율성(Open Strategic Autonomy)' 정책을 통해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등 핵심 산업의 역내 생산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의 경우 2030년까지 역내 자급률을 70%까지 높이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2. 기술 패권과 공급망 안보의 부상

공급망은 이제 단순한 비즈니스 문제를 넘어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EU의 '반도체법(Chips Act)', 일본의 '경제안전보장추진법' 등은 모두 핵심 기술과 물자의 안정적 공급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하는 정책들입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공급망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상무부는 2022년 10월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접근을 차단하는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으며, 이에 중국은 갈륨, 게르마늄 등 핵심 광물의 수출 제한으로 대응했습니다.

3. 친환경·디지털 전환과 공급망 변화

탄소중립 목표와 ESG 경영의 확산은 공급망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되어 탄소 배출량이 많은 수입품에 추가 비용을 부과할 예정입니다.

또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공급망의 가시성과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딜로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제조기업의 78%가 AI, IoT, 블록체인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공급망 혁신을 추진 중입니다.

한국 기업의 현황과 도전 과제

현재 한국 기업의 공급망 취약성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동시에 몇 가지 구조적 취약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먼저,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구조적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 수출의 약 64%가 중간재로, 이는 최종 소비재 중심의 일본(46%), 미국(42%)보다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둘째, 주요 교역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특히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는 약 22%(2025년 기준)로, 미중 갈등 심화에 따른 리스크가 큽니다. 또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력 산업에서 일본, 네덜란드 등 특정 국가의 핵심 소재·장비 의존도가 높아 공급망 충격에 취약합니다.

셋째, 중국의 기술 추격과 미국의 기술 보호주의 사이에서 '샌드위치'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주력 산업 중 약 70%가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5년 이내로 좁혀진 반면, 미국의 기술 통제는 강화되고 있어 양면적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한국 기업의 효과적 대응 전략

1. 공급망 다변화와 리스크 관리 강화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을 넘어선 다각화가 필요합니다. 베트남, 인도, 멕시코 등 신흥 거점으로의 생산 기지 확대와 함께, 중요 부품·소재의 복수 공급원 확보가 중요합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 생산의 60% 이상을 베트남, 인도 등으로 이전했으며, 최근에는 인도에 디스플레이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도 미국, 인도네시아, 폴란드 등으로 배터리 생산 기지를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공급망 가시성을 높이기 위한 디지털 전환도 중요합니다. 실시간 재고 관리, 물류 추적, 수요 예측 등을 위한 AI, 빅데이터 활용을 확대해야 합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HSCT(Hyundai Supply Chain Transformation)'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 부품 공급망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2. 기술 주권 확보와 핵심 역량 강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핵심 기술과 부품의 자립도를 높여야 합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주력 산업에서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SK하이닉스는 일본 수출규제 이후 불화수소 등 핵심 소재의 국산화와 다변화를 추진했으며, 현재는 첨단 EUV 장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LG화학은 배터리 양극재 생산을 위해 국내 광산 개발 및 해외 자원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동시에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도 중요합니다. 미국, EU, 일본 등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프렌드쇼어링'의 혜택을 최대화해야 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투자, 현대자동차의 미국·유럽 전기차 공장 설립 등은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3. 친환경·디지털 전환 가속화

탄소중립과 ESG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공급망의 친환경화가 필수적입니다. EU의 CBAM, 미국의 IRA 등 주요국의 환경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포스코그룹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그룹은 '지속가능성 장기 계획'을 통해 2045년까지 공급망 전체의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스마트 팩토리, 디지털 트윈 등 첨단 제조 기술 도입을 통한 생산성과 유연성 향상도 중요합니다.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캠퍼스', LG전자의 '창원 스마트 팩토리' 등은 AI와 IoT를 활용한 차세대 제조 혁신의 사례입니다.

4. 부가가치 사슬 고도화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

단순 제조에서 벗어나 R&D, 디자인, 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의 확장이 필요합니다. 특히 중국의 추격이 거센 제조 분야에서는 기술 격차를 유지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현대자동차는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를 넘어 모빌리티 서비스, 로보틱스, 도심항공교통(UAM)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 강화, AI 반도체 개발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존 공급망의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협력 모델도 중요합니다. SK이노베이션과 포드의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삼성SDI와 스텔란티스의 협력 등은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신시장을 개척하는 사례입니다.

정부 정책과의 시너지 창출

기업의 공급망 재편 대응은 정부 정책과의 조화를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공급망 안정화 특별법' 제정, '글로벌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핵심전략물자 비축제도' 운영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3년 발표된 '산업 공급망 강화 전략'에서는 100대 핵심 품목을 선정하여 R&D 지원, 세제 혜택, 규제 완화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이러한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면서, 동시에 민간 차원의 이니셔티브도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산업계, 학계, 정부가 참여하는 '공급망 협의체' 등을 통해 정보 공유와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주요 산업별로 이러한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결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한국 기업들에게 도전임과 동시에 새로운 기회이기도 합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미래차, 바이오 등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분야에서는 공급망 재편을 통해 글로벌 위상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성공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단기적인 위기 관리와 함께 중장기적인 전략적 포지셔닝이 중요합니다. 공급망 다변화와 리스크 관리, 기술 주권 확보, 친환경·디지털 전환, 비즈니스 모델 혁신 등 다차원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선제적 대응입니다.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일수록, 한국 기업들은 위기 의식을 가지고 혁신적인 전략을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