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는 일하는 방식의 혁신입니다. 특히 재택근무는 일시적인 방역 조치를 넘어 새로운 근무 형태로 정착되고 있습니다. 2025년 현재, 많은 기업들이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를 도입했으며, 일부 기업들은 완전 원격근무로 전환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근무 형태의 변화는 상업용 부동산과 주거용 부동산 시장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오늘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택근무의 정착이 부동산 시장에 가져온 변화와 앞으로의 전망을 분석해보겠습니다.
재택근무의 현황과 전망
재택근무 도입 현황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25년 근무형태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500인 이상 대기업의 약 68%가 어떤 형태로든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 중 완전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기업은 12%, 주 2~3일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운영하는 기업은 56%로 나타났습니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IT, 금융, 전문서비스업 등 지식 기반 산업에서 재택근무 도입률이 높게 나타납니다. 특히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IT 대기업과 스타트업은 직원들에게 근무 장소 선택권을 적극적으로 부여하고 있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약 42%가 코로나19 이후에도 일주일에 최소 1일 이상 재택근무를 하고 있으며, 이는 2019년(7%)에 비해 6배 증가한 수치입니다.
재택근무의 미래 전망
재택근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장기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모든 업무의 약 20~25%는 생산성 손실 없이 원격으로 수행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국내 상황을 살펴보면,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실시한 '미래 근무 형태 전망 조사'에서 인사 담당자의 73%가 "향후 5년간 하이브리드 근무 모델이 표준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특히 MZ세대 구직자의 82%는 유연한 근무 환경을 주요 직장 선택 기준으로 꼽았습니다.
다만, 재택근무의 확산 속도와 범위는 산업별, 직무별로 상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제조업, 서비스업 등 물리적 현장이 중요한 산업에서는 제한적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변화
오피스 시장의 구조적 변화
재택근무의 정착은 오피스 시장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국감정원의 '2025년 상업용 부동산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주요 업무지구(CBD, GBD, YBD)의 오피스 공실률은 2019년 4.2%에서 2025년 1분기 기준 11.6%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특히 중소형 오피스빌딩의 공실률 상승이 두드러지며, 임대료 하락 압력도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 오피스 평균 임대료는 2019년 대비 약 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프라임급 오피스의 경우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어, 오피스 시장 내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오피스 공간 활용 방식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의 약 45%가 오피스 공간을 축소하거나 재구성했으며, 직원 1인당 평균 업무 공간은 2019년 대비 약 30% 감소했습니다.
새로운 오피스 모델의 부상
전통적인 오피스 수요가 감소하는 반면, 새로운 형태의 업무 공간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유 오피스, 위성 오피스, 하이브리드 업무 공간 등 유연한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부동산 상품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공유 오피스 시장 규모는 2019년 3,500억원에서 2025년 9,200억원으로 성장했으며, 특히 서울 외곽과 수도권 주요 도시로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대기업들도 본사 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직원들의 거주지 인근에 소규모 위성 오피스를 설치하는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모델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은 이미 수도권 곳곳에 위성 오피스를 운영 중입니다.
상업용 부동산의 용도 전환
오피스 수요 감소로 인해 상업용 부동산의 용도 전환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산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서울 시내 약 42개의 중소형 오피스 빌딩이 주거용, 호텔, 물류센터 등으로 용도 변경되었습니다.
특히 도심 노후 오피스를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가 증가하고 있으며, 정부도 '도심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을 통해 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 약 5만 가구의 도심 주택을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가 오피스 및 상업시설의 용도 전환을 통해 공급될 예정입니다.
주거용 부동산 시장의 변화

주거 선호도의 변화
재택근무의 일상화는 주거 공간에 대한 선호도를 크게 변화시켰습니다. KB부동산의 '2025 주거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집을 선택할 때 '재택근무 가능성'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는 응답자가 68%에 달했으며, 이는 2019년(24%) 대비 크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별도의 업무 공간'(74%), '조용한 환경'(67%),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64%), '자연과의 근접성'(53%) 등이 주요 고려 요소로 꼽혔습니다. 이러한 선호도 변화는 아파트 평면 설계부터 주거단지 계획까지 주택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주택 유형 및 입지 선호도 변화
주택 유형별로는 '단독주택', '타운하우스' 등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했습니다. 한국감정원 데이터에 따르면, 수도권 단독주택과 타운하우스의 거래량은 2019년 대비 42% 증가했으며, 가격 상승률도 아파트를 상회했습니다.
입지 측면에서는 '직주근접'의 개념이 달라지면서 서울 외곽과 수도권, 심지어 지방 중소도시에서도 수요가 증가하는 '탈서울'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서울에서 경기·인천으로의 순유출 인구는 연평균 약 18만 명에 달합니다.
특히 자연환경이 우수하고 교통이 편리한 위성도시와 지방 거점도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강원도 춘천, 충북 청주, 전남 순천 등 '워케이션(Work+Vacation)'이 가능한 지역의 주택 거래량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주택 설계 및 상품의 변화
재택근무 시대에 맞춰 주택 상품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대형 건설사들은 '홈오피스', '스마트 워크룸' 등 재택근무에 최적화된 평면을 적극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아너힐즈', GS건설의 '자이 더 에비뉴' 등은 재택근무 특화 설계를 도입한 대표적 사례입니다.
또한 단지 내 '코워킹 스페이스', '화상회의실', '스마트 라운지' 등 커뮤니티 시설도 확충되고 있습니다. 대우건설은 '푸르지오 스마트홈' 단지 내에 입주민 전용 공유 오피스를 도입했으며, 이는 분양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주택 내부 설비도 재택근무에 맞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에 따르면, 화상회의용 고속 인터넷, 스마트 조명, 소음 차단 시스템, 인체공학적 가구 등 홈오피스 관련 시장은 2025년 기준 약 2조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미래 전망
상업용 부동산의 미래
상업용 부동산은 단순한 위기가 아닌 구조적 재편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빌스 코리아의 분석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전통적 오피스 수요는 약 15~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자리를 새로운 형태의 업무 공간이 채워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프라임급 오피스는 기업의 브랜드 가치와 협업 공간으로서의 중요성이 유지되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중소형 오피스 빌딩은 용도 전환이나 복합 개발을 통한 생존 전략이 필요할 것입니다.
리테일과 물류 부동산의 경우, 온라인 쇼핑 증가와 배송 시간 단축 요구로 인해 '라스트 마일' 물류 시설, 도심형 물류센터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오피스와 물류 기능이 결합된 '디지털 복합단지'가 새로운 부동산 상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거용 부동산의 미래
주거용 부동산은 재택근무 트렌드에 맞춰 기능적 진화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한건설협회의 '미래 주택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신규 공급되는 주택의 약 80%는 재택근무 특화 설계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역적으로는 서울 중심의 단핵 구조에서 다핵화된 도시 구조로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등 교통 인프라 개선이 이루어지는 수도권 외곽 지역의 주택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주거와 업무의 경계 해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주거·업무·상업·문화 기능이 혼합된 '복합 생활권' 개념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15분 도시(15-minute city) 개념에 기반한 근거리 생활권 계획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투자 관점에서의 시사점
부동산 투자 관점에서는 전통적인 '위치, 위치, 위치' 원칙보다 '용도, 유연성, 지속가능성'이 중요한 가치 평가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투자자문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관투자자의 52%가 "향후 5년간 오피스 투자 비중을 축소하고 물류, 데이터센터, 생활형 숙박시설 등 대체 자산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응답했습니다.
개인 투자자 관점에서는 재택근무 트렌드를 고려한 주거용 부동산 선택이 중요해졌습니다. 특히 업무 공간 확보가 가능한 중대형 아파트, 전원주택, 타운하우스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 상승이 예상됩니다.
또한 용도 전환이 가능한 복합용 부동산이나 유연한 공간 활용이 가능한 건물에 대한 투자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주거와 업무 기능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홈오피스텔' 등 새로운 부동산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론

재택근무의 정착은 단순한 근무 형태의 변화를 넘어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은 전통적 오피스에서 유연한 업무 공간으로, 주거용 부동산은 단순한 거주 공간에서 복합 생활·업무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입니다. 상업용 부동산 소유주와 개발업자들은 변화하는 수요에 맞춰 공간을 재구성하고 용도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택 공급자들은 재택근무에 최적화된 주거 상품을 개발하고, 도심과 교외를 아우르는 균형 있는 개발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정책 입안자들 역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도시계획, 교통 인프라, 용도지역 규제 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주거와 업무 기능의 융합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도시 공간을 재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표준이 부동산 시장에 가져온 변화는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이 변화는 기술 발전, 세대 교체, 가치관 변화 등과 맞물려 앞으로도 지속될 것입니다. 부동산 시장의 모든 참여자들은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이해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